스포츠에 대한 미디어의 영향3 : 스포츠의 변화 유도

TV 중계를 위한 경기 스케줄 조정


TV 중계를 위해 스포츠는 부단히 변화한다. 높은 시청률 확보를 위해, TV 중계 시간의 편의를 위해, 또는 TV 중계에 적합한 콘텐츠가 되기 위해서다. 결국 미디어는 스포츠의 변화를 부단히 요구한다.

TV 중계를 위해 스포츠 경기는 종종 그 일정을 변경한다. TV에 중계되는 프로야구 야간경기는 9시 메인뉴스 이전에 끝나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저녁 6시 30분에 시작하던 것을 30분 일찍 6시에 시작하여 세 시간이란 다소 여유 있는 중계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주말의 황금시간TV 중계를 위해 경기 사이에 최소 하루 이상의 휴식이 필요한 농구경기는 토요일과 일요일 연속된 경기를 치르기도 한다.

TV 중계를 위한 경기스케줄 조정은 미국 프로스포츠에선 흔한 일이며, 많은 시청자의 확보를 위해 오히려 필연적 현상이 되고 있다. 주말 금/토/일을 미식축구를 보며 열광하고 소일하는 미국인들에게 금요일-고등학교경기, 토요일-대학경기, 일요일-프로경기도 다소 부족한가 보다. 특히 프로경기를 단 하루밖에 시청하지 못하는 '불행'을 만회하기 위해, 그리고 보다 많은 TV 중계권료 수입을 위해 Monday Night Football 경기를 편성하여 중계하고 있다. 단 한 경기를 제외하고 모든 경기가 일요일에 열리지만, 그 한 경기를 월요일 저녁에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일주일에 하루 더 미식축구를 시청할 수 있게 한다. 관심 있는 매치 하나를 월요일 저녁에 편성하는데 경기는 미국 동부지역 시간으로 밤 9시에 시작한다. 늦은 시간에 시작하는 이유는 미국 전체 인구의 30%가 살고 있는 태평양 연안주의 시간이 동부시간에 비해 세 시간 늦기 때문이다. 비록 한 쪽은 밤 9시이지만 서쪽 지역은 퇴근 시간 후인 6시이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가 느슨하게 진행되고 연장 경기까지 진행될 경우 동부지역 시간으로 밤 12시를 훌쩍 넘어버리는 경우도 많지만 태평양 지역의 구매력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밤 9시를 넘은 것에 불과하다.

TV 중계권료 협상은 경기 스케줄의 변경을 조건으로 하여 이루어지기도 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미국 NBC는 서울과의 중계 시차의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3억 달러의 중계권료를 제시하였다(비고 : 1984년도 로스앤젤레스올림픽대회에서 미국 방송사는 2.26억 달러의 중계권료를 지불). 그 대신 미국 시청자들이 높은 관심을 가진 육상과 복싱 결승경기를 서울 시간으로 오전 10시(미국 동부지역 시간으로 전날 밤 9시)경에 치르기로 한 것이다. 평상시 운동경기가 이루어지는 시간이 오후나 저녁임을 고려할 때, 오전 시간의 경기는 다소 어색하게 보였다. 만일 그러한 경기가 서울 시간으로 오후 4시나 저녁 7시경(미국 동부지역 시간으로 같은 날 새벽 3시 또는 아침 6시)에 열렸다면, 많은 미국인들은 생중계가 아닌 녹화경기를 보아야 했을 것이며, 그만큼 방송사는 시청률 저하와 이에 따른 광고유치의 어려움에 처했을 것이다.

올림픽대회 기간은 지난 20년간 15일에서 16일로 최근에는 17일 간의 기간으로 대회 일정이 확대되었다. 15일 기간일 경우 토요일에 개막하여 토요일에 끝내야 하지만(이 경우 토요일 3번, 일요일 2번), 16일 기간일 경우 토요일에 개막해서 일요일에 폐막하여 토요일과 일요일을 3번씩 거치게 되어 주말 황금시간대에 올림픽경기를 중계할 수 있도록 배려한 셈이 된다. 그러나 금요일 저녁도 주말 황금시간대임을 고려하여 올림픽기간을 17일로 하루 더 늘림으로써 금/토/일로 이어지는 황금주말이 대회 기간 중 3번씩이나 있게 하였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은 8월 13일(금)에 시작하여 29일(일) 폐막하게 되는 17일의 대회일정이다. 결국 IOC, 대회조직위원회, 방송사 간의 경제적 호혜관계에 따른 대회기간의 확대라 볼 수 있으며, 이러한 대회기간 확대에 방송사 특히 미국 방송사가 크게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동계올림픽대회도 전체 TV 중계권료의 절반 이상을 내는 미국 방송사들의 요구가 반영되어 1월에 열리던 것이 2월로 변경되었다. 즉 1월 하순에 있는 미국 최고의 스포츠 경기인 수퍼보울 경기의 전후 기간을 피하려는 미국 방송사의 의도를 IOC가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동계올림픽의 2월 개최는 1월에 열리는 NFL수퍼보울과 대학 미식축구의 각종 보울경기, 3월에 열리는 '3월의 광란' (March Madness)으로 불리는 NCAA농구토너먼트 사이 기간에 빅이벤트를 중계하고자 하는 미국 방송사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시청률이 높은 포스트시즌 경기의 확대


높은 중계권료를 지불한 TV 방송사는 시즌 경기보다는 포스트시즌 경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포스트시즌 경기는 각 팀이 전력투구하기 때문에 시즌 경기보다 화끈하고 재미있어 시청률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경우 다양한 포스트시즌 경기 형태가 시도되었다. 리그 전체를 전기리그와 후기리그로 나누어 각 리그 우승팀끼리 코리언시리즈를 가지기도 하였다. 그래서 전기와 후기리그 우승팀이 다를 경우 포스트시즌 경기는 최대 일곱 경기이며, 우승팀이 같을 경우에는 20%에 가까운 높은 시청률을 가지는 코리언시리즈가 무산될 수도 있었다. 여덟 팀 가운데 네 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제도에서는 최대 15경기(준플레이오프 3경기, 플레이오프 5경기, 코리언시리즈 7경기)가 가능하게 되어 방송사는 흥미 있는 스포츠프로그램을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MLB의 경우 포스트시즌 경기의 확대는 더욱 두드러진다. 과거에는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안에 두 개의 디비전(division)을 두고 디비전 우승팀 간의 리그 결승경기(7전4선승제)를 치르고 리그 우승팀 간에 월드시리즈 경기(7전4선승제)를 치러 최대 21개의 포스트시즌 경기가 가능했었다. 그러나 두 개의 리그를 각각 세 개의 디비전으로 나누고 각 디비전 우승팀과 각 디비전 2위팀 가운데 승률이 가장 좋은 팀에게 와일드카드로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 하는 현행제도는, 각 리그에서 네 개 팀들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 하였고 이로써 최대 41경기가 가능하게 되었다.

미국프로농구인 NBA의 경우 29개 팀 가운데 16개 팀(동부 컨퍼런스 8개팀, 서부컨퍼런스 8개팀)이나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되어 컨퍼런스 8강전, 컨퍼런스 4강전, 컨퍼런스 결승전, 그리고 NBA 파이널을 가지게 되며 각 시리즈 경기는 7전4선승제로 되어 있어 포스트시즌 경기만도 최대 105경기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비싼 중계권료 수입을 위해, 그리고 입장료 수입을 위해 선수들의 혹사와 부상 위험은 무시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프로농구도 10개팀 가운데 6개팀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입장수입과 TV 중계권료 수입 증대를 위한 경기수 확대는 프로스포츠 세계에선 원칙으로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경기 룰과 포맷의 변화


TV 중계에 적합한 스포츠 경기는 박진감과 멋진 장면을 선사하며 시청하기도 편하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 지루하고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없는 경기는 방송 콘텐츠로서 매력을 지니지 못한다. TV시청자들로부터 호기심과 재미를 얻기 위해, 즉 경기의 스릴과 재미를 더하기 위하여 스포츠 경기는 룰과 경기 포맷의 변화를 겪게 되었다.

서든데스(Sudden Death)제도는 TV 중계시간을 고려하고,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승부의 순간이란 흥미를 주기 위한 것으로서, 골프나 축구, 아이스하키 등의 연장전 승부에서 적용된다. 특히 골프 경기에서의 서든데스 제도는 한 홀, 한 홀 연장전의 승부에서 샷하나하나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여 높은 시청률을 확보하고, 추가적인 중계시간도 20~30분 정도라 오히려 방송사들도 연장전 승부를 기대한다.

농구경기의 24초 공격시간, 3점 슛 제도도 경기의 흥미를 증진시키기 위한 방안에서 도입된 제도이다. 빠른 템보의 공격과 3점슛의 묘미는 시청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유지시키기에 충분하다. 배구 경기의 랠리포인트제와 마지막 세트 경기에서의 15점제 경기도 역시 다소 지루했던 경기의 템포를 빠르게 하고 경기 시간도 1시간 30분 정도 내에서 끝나게 되어 TV 중계의 어려움을 크게 해소하였다. 테니스 경기의 타이브레이크(tie break)도 경기시간의 단축과 빠른 진행을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한 세트 경기가 6대6인 상황에서 내리 두 게임을 먼저 이겨야 된다면 몇 시간동안 한 세트 경기만 진행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타이브레이크 제도는 2점 차이를 유지하면서 먼저 7점을 획득하면 세트 경기가 끝나기 때문에 TV 중계 시간의 단축을 크게 도모한다.

스포츠에 대한 미디어의 영향, 태권도 하는 모습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태권도의 경우 단조로운 경기 방식으로 경쟁종목인 유도에 비해 TV 시청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큰 기술이라 할 수 있는 머리공격에 대해서 차등 점수를 부여하여 경기의 흥미를 높이고 있다. 한편 유도도 과거 벨트 색깔로 두 선수를 구분하던 것을 흰색과 청색의 도복 색깔로 구분하여, TV 시청과 중계의 편의성을 향상하였다. 야구 경기에서 촉진 룰이나, 미식축구경기에서 하프타임 시간을 20분에서 15분으로 단축한 것도 TV 중계와 시청의 편의성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하프타임 시간의 단축은 선수들의 충분한 휴식보다는 TV 중계와 시청의 편의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경제적 논리가 개입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랜트피타 방식의 양궁경기는 양궁의   TV 중계를 가능케 한 혁신적인 경기포맷의 변경으로 볼 수 있다. 수십 명의 선수가 사대에 서서 각자 일정한 수의 화살을 쏜 다음 가장 기록이 좋은 선수가 1위를 차지하게 되는 기존의 포맷은 TV 중계가 어렵고 누가 누구와 경쟁하고 있는지 분간하기도 어려운 '선수들만의 경기'였다. 그러나 1대1 토너먼트 식으로 승부를 내는 현행 방식은 경기의 긴장감과 긴박감을 더하고 보는 즐거움을 크게 향상시켰다. 그리고 과녁에 소형 TV카메라를 부착하여 화살이 시청자들로 향하는 실감나는 중계도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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