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골프에 빠지나

사람들은 왜 골프에 빠지나


대기업에 다니는 42살 김 부장. 항상 일에 시달리기 때문에 주말 하루는 푹 쉬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었습니다. 하지만 골프를 시작한 후, 이야기가 백팔십도 달라졌습니다. 전날 새벽까지 술을 먹고 인사불성이 됐어도, 혹은 이른 라운딩 시간 때문에 새벽 3~4시에 잠을 깨야 해도, 김부장은 벌떡 일어나 골프가방을 챙깁니다. 아내가 깨워주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골프 약속이 있는 전날은 술 약속을 만들지도 않고, 아예 집에 일찍 들어와서 잠자리에 듭니다. 골프가 무엇이기에 김 부장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골프가 뭐길래, 광활한 자연과 함께하는 운동

광활한 자연과 함께하는 운동


야구나 축구 등 모든 구기 종목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경기를 합니다. 골프도 물론 경기장 안에서 하는 운동이지만, 그 규모가 비할 바 없이 큽니다. 18홀 기준으로 거의 1,000,000㎡(30만평) 가까운 경기장을 사용하니까요 골프 플레이어는 경기장에 온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 들어왔다고 느낍니다.


또 골프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요소 대부분은 나무, 풀, 물, 모래와 같은 자연물입니다. 이 자연물들이 플레이어의 상대가 되죠. 이렇게 자연에 도전하고, 좌절하고, 때로는 순응하며 즐기는 운동이 바로 골프입니다.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이 골프에 빠져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자율과 책임을 중시하는 운동


대부분의 운동 경기는 심판이 공의 인(in)과 아웃(out)을 일일이 판정하고 스코어를 계산합니다. 하지만 골프에는 심판이 없습니다. 경기 진행요원이 룰과 관련된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플레이어가 부르기 전에 먼저 오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결국 골프는 혼자 결정하고, 플레이 하며, 스스로 스코어를 기록하는 유일한 운동이죠. 어떻게 보면 혼자 판단하고, 행동하고,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하는 현대인의 특성과 참 닮아 있습니다. 이 또한 골프만의 매력입니다.


끊임없는 노력을 요구하는 운동


다른 운동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많아야 서너 가지에 불과하지만 골프는 다릅니다. 공외에 14개의 클럽과 티티마커, 디보트수리기 등 거의 스무개 가까운 도구가 필요하죠. 도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습득해야 할 기술이 많다는 것입니다. 오랜 연습이 필요하고,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기술적 차이가 확실히 드러납니다.


또 골프는 다른 운동과는 달리 상대방과 육체적 경합이 없습니다. 곧 경기 운영을 절대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자기와의 정신적 싸움입니다. 그러니 골프는 기술적, 정신적으로 계속적인 자기 계발을 해야 잘 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현대인의 특성과 닮아있죠.


고정관념을 깨는 운동


또한 골프는 고정관념에 얽매이면 잘 칠 수 없습니다. 일반적인 상식과는 반대의 운동 메커니즘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초심자가 왼쪽을 바라보고 치면 오히려 슬라이스(slice, 오른손잡이 골퍼의 경우 볼에 오른쪽으로 스핀이 걸리면서 생각했던 방향의 오른쪽으로 날아가는 현상), 오른쪽을 보고 치면 훅(hook, 오른손잡이 골퍼의 타구가 원래 날아가야 하는 방향보다 왼쪽으로 휘는 것)이 납니다.


골프의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오픈 마인드를 가지는 데 큰 도움이 되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유능한 CEO 대부분이 골프를 선호하는 것도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사회적 과시욕도 작용


말을 꺼냈으니 하나 더 짚어 보죠. 불과 20년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골프는 이른바 잘나가는 사람들만이 즐기는 운동이었죠. 그런데 사실 누구인들 이런 부류에 끼고 싶지 않겠습니까?


골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는 사람들의 과시욕구가 작용한 면도 없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최경주, 박세리 같은 세계적인 골퍼가 배출되고, 케이블 골프채널이 생기면서 빠르게 대중화하고 있습니다.


일간신문의 스포츠 1면에 축구나 야구 대신 골프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제 골프는 과시욕보다 자신의 기호에 따라 즐기는 운동입니다.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라던데


그런데 막상 골프를 배우고 싶어도 여러 가지 이유로 망설이게 됩니다. 그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이 '돈이 많이 들 것 같다'는 걱정입니다. 그러면 아직도 골프는 일부 부유층만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일까요?


다른 운동과 비교해 보면


요즘 건강에 대한 관심 때문에 스포츠센터에 다니는 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웬만한 스포츠센터에는 골프 연습장 시설이 갖춰져 있습니다. 헬스만 하면 한 달에 10만 원 정도 들고, 골프를 추가로 신청하면 대략 30만 원 정도 듭니다. 만약 헬스는 그만두고 골프만 치고 싶다면 한 달에 20만 원 수준의 연습장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상대적이지만, 돈이 많이 든다고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술·담배를 줄이거나 끊으면 충당할 수 있는 비용이니까요. 골프를 배우고 싶은 마음을 가로막을 정도는 아닐 것입니다.


골프채 값이 장난 아니라는데


대체로 고가인 것은 사실이지만, 한번 사면 5년 이상 쓰는 게 골프채이니까 무조건 비싸다고만 하기는 어렵죠. 그리고 처음 배울 때는 중고클럽을 구입하면 됩니다. 50~60만 원 정도 주면 쓸만한 것을 살 수 있고, 최소 3~4년은 쓸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술자리에서 한두 번 안 쏘면 되지 않겠습니까?



진짜 문제는 그린피 (green fee)


회원권을 가지고 있는 분은 몰라도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골퍼는 주말라운딩 그린피로 30만 원은 각오해야 합니다. 9홀 퍼블릭 골프장에 가더라도 15만원은 잡아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연차 월차를 이용해 그린피가 싼 평일에 골프장에 갔던 경우가 많았고, 하루에 1만원 원씩 나만의 골프 적금을 들기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생각에 따라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일 수도 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30~40대 직장인이라면 효과적인 시(時)테크, 재(財)테크를 통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라는 것이 제 생각이고, 그들 중 많은 분들이 이미 골프를 즐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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